담임목사 부흥칼럼

Title2023.06.04 - 예술가 케테 콜비츠 (474)
Authorberlin-visionCount4Date2025/03/29

부흥칼럼(474) 2023. 06.04
예술가 케테 콜비츠

베를린 역사박물관 옆 노이에 바헤(Neue Wache, 신 위병소)에 전쟁과 독재에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기념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슬퍼하는 한 어머니의 동상입니다. 독일의 여류 예술가 케테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 1867~1945)의 조각상입니다. 동상 앞에 “전쟁과 독재에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DEN OPFERN VON KRIEG UND GEWALTHERRSCHAF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동상은 노이에 바헤를 찾는 모든 이에게 20세기 전쟁과 독재에 스러진 수천만의 희생을 소리 없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이 의미심장한 것은, 케테 콜비츠가 바로 전쟁 유가족이라는 점입니다. 그녀의 아들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사망했습니다.

전쟁 때문에 실제로 아들을 잃은 케테 콜비츠의 슬픔이 이 작품에 반영되어 모든 전쟁 피해자의 슬픔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어떤 수사도 없으며 부드러운 조화나 섬세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직 본질을 향한 절규만이 가득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죽은 사람, 그 죽은 사람의 유가족 등 모두를 파괴한 전쟁의 참상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삭막한 사각 공간에 놓여 있고 머리 위 천장에 구멍이 있습니다. 비가 오면 비, 눈이 오면 눈을 맞고, 태양과 바람을 고스란히 맞습니다. 마치 슬픔을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정서를 표현하는 듯합니다.

케테 콜비츠는 20세기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예술가입니다. 그녀는 온갖 고통에 시달린 20세기 역사를 대변합니다. 콜비츠는 노동자, 빈민, 상처 입은 사람 등을 표현하는 회화, 판화, 조각을 여럿 남겼습니다. 검은색과 흰색, 회색이 지배하는 콜비츠의 판화는 어둡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은 그림 속에서 강한 빛을 뿜어냅니다. 그녀는 민중의 아픔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귀족적인 미술이 민중과 얼마나 유리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콜비츠는 강한 여인입니다. 그녀는 힘겨운 노동과 기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시달리는 인간의 모습과 정의와 평화,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전쟁터에서 죽은 자식을 향한 모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인 콜비츠의 미술가로서의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치 시대에 그녀의 그림은 철저한 검열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녀의 그림은 퇴폐 예술로 낙인 찍혀 소각처분까지 당했습니다. “전쟁은 그만”이라고 손을 높이 들고 외치는 그녀의 그림은 “평화를 위하여”라는 절규로 들립니다. 소박하지만 인간이 숨 쉬고 있는 콜비츠의 작품 앞에 서면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옵니다.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가 말했습니다. “이 위대한 예술가의 창작품에 깔린 원칙이 우리의 국가관과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가도 그와 동일한 원칙위에 건설되었습니다.” 콜의 대단한 통찰입니다. 그 슬픔의 정서를 공유하면서 전쟁과 독재라는 게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임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케테 콜비츠의 이 동상은 노이에 바헤를 찾는 모든 이에게 20세기 전쟁과 독재에 스러진 수천만의 희생을 소리 없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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